러시아산 디젤 구매,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역겨운 나라로 만들다
10월 9일, 트럼프는 Truth Social에 글을 올려 방금 푸틴과 통화했다며, 러시아가 곧바로 미국에 30만여 톤의 디젤을 공급하고 11월에 50만 톤, 이어서 100만 톤, 그 뒤로 300만 톤을 더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가 내세운 이유는 미국인들, 특히 농장주와 목장주, 트럭 운전사들이 싼 기름을 쓰게 하는 것이 자신의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었다. 그 뒤에 그는 일부러 푸틴에게 감사 인사까지 했다.
이 통화는 원래 러시아에서 나온 페스트 의심 사례를 논의하기로 한 것이었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디젤을 사는 얘기로 바뀌어 버렸다. 이게 "거래의 기술"인지, 아니면 대국다운 품격 있는 임기응변인지, 난 정치인이 아니라서 모르겠다. 트럼프가 전화를 내려놓은 그날, 미국 재무부는 곧바로 임시 허가를 내줬다. 그날 이전에 유조선에 실린 러시아산 디젤에는 내년 4월에야 미국의 제재가 적용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러시아산 연료에 대한 완화는 매번 길어야 30일이었고, 이렇게 긴 것은 처음이다. 미국 재무부의 이 효율이라니. 평소에 허가 한 장 내주는 데 얼마나 질질 끄는지 다들 안다. 그런데 사장님이 전화 한 통 끝내자 서류가 바로 책상 위에 올라왔다. 쯧쯧.
트럼프가 이란을 공격하면서 미국 국내 기름값은 계속 올랐다. 전국 디젤 평균 가격은 갤런당 6달러 20센트를 넘었고, 9월 22일에는 6달러 52센트로 사상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중간선거가 3주 남짓 남았고, 트럭 운전사와 농장주는 그의 핵심 지지층이다. 이것이 그에게 얼마나 큰 압박인지 나도 안다. 하지만 트럼프, 당신은 9월 중순에 기름값이 좀 비싸지는 건 그럴 만한 가치가 있고,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한 작은 대가라고 직접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떻게 겨우 3주 만에 그 작은 대가조차 치르기 싫어졌나? 아니면 누구에게 떠넘길 생각인가? 그렇게 떠넘기는 것이 정의로운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건가? 표를 위해 정의를 버리면 오히려 더 많은 표를 잃지 않겠는가?
솔직히 말해, 그는 우크라이나인의 피로 몇십 센트의 기름값을 사려는 것이다.
러시아는 왜 요 몇 달 동안 팔 디젤이 없었나?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러시아의 정유 공장을 거듭 폭격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러시아의 디젤 생산량이 30%가량 줄었다고 추정하며, 모스크바는 7월부터 아예 디젤 수출을 금지하고 자국 수요부터 챙기고 있다. 이것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목숨과 맞바꿔 얻은 작은 협상 카드다. 트럼프는 전화 한 통으로 푸틴에게 구매자를 찾아 주고, 제재의 문까지 밀어 열어 줬다. 크렘린 쪽은 아주 시원하게 답했다. 러시아 측은 "석유와 석유 제품을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고, 노바크 부총리도 곧바로 수출 제한을 앞당겨 풀겠다고 밝혔다. 디젤을 판 돈이 결국 무엇으로 바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더 눈 뜨고 볼 수 없는 것은, 트럼프가 불과 한 달 전에 대러시아 제재법에 서명했다는 사실이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밀어붙인 바로 그 법으로, 러시아 관리와 은행, 그림자 선단을 제재하고,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가장 많이 사는 다섯 나라에 최대 100%의 관세를 매기도록 했다. 작년 여름에는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산다는 것을 빌미로 인도 상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매겼고, 나토 동맹국들에게도 러시아산 석유를 그만 사라고 압박했다. 자기가 "작은 대가"조차 치르기 싫다는 것만 따로 놓고 보면 논리적으로는 아직 말이 된다. 하지만 그것을 당신의 다른 행동들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순간 완전히 무너진다. 남이 사면 전쟁에 피를 대 주는 것이니 벌을 받아야 하고, 자기가 기름이 모자라면 직접 전화해서 사고 고맙다는 말까지 한다. 이런 이중 잣대는 부끄러움을 가릴 천 조각 하나 걸칠 생각조차 없다.
젤렌스키의 반응은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 그는 이것을 "강한 파트너들의 약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표현은 점잖고 절제되어 있으며, 심지어 좀 비굴하기까지 하다. 그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라고 요구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는 러시아가 이 거래에 더 많은 테러와 배신으로 보답할 것이며, 푸틴에게 주는 선물은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했다. 이건 거의 확실한 일이다. 같은 시각, 트럼프의 특사들은 마이애미에서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휴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젤렌스키는 이 협상이 푸틴의 연막이 되었다고 말했다. 지금 보면, 이것 역시 트럼프의 목적이었을 수도 있다.
이 거래 자체도 셈이 맞을지 알 수 없다. 한 분석가는 30만 톤, 50만 톤은 미국의 디젤 사용량에 비하면 사실 많지 않다고 했다. 백악관도 누가 돈을 내는지, 기름이 언제 도착하는지, 11월분이 11월 3일 투표일 전에 입항할 수 있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소식이 나온 뒤 디젤 선물 가격이 잠깐 내렸지만, 주유소 가격이 얼마나 내릴지 낙관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솔직히 말해, 미국은 자국의 신뢰와 우크라이나인들의 처지를 내주고 선거 전에 보기 좋은 뉴스 헤드라인 하나를 얻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반적으로서, 나는 트럼프의 이번 "디젤 내치 외교"를 단호히 경멸한다. 우리 반적들이 반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독재자, 집권 통치, 그리고 사회적 불공정이다. 시진핑은 몇 년째 푸틴에게 수혈을 해 주며 러시아의 석유를 사 주고, 공작 기계와 드론 부품을 팔아 왔다. 반적 진영에서 이를 비판하고 폭로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것은 침략 전쟁에 돈을 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당당했다. 미국은 러시아를 제재하고 중국공산당은 러시아에 수혈하고 있으니, 오늘날 세계의 양극 가운데 누가 정의이고 누가 악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 대통령이 몇십 센트의 기름값을 위해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무엇으로 베이징을 경멸하고 시진핑에게 침을 뱉어야 하나? 중국공산당의 선전 기관은 미국이 위선적이고 서방의 가치관은 말뿐이라고 떠드는 걸 제일 좋아하는데, 트럼프의 이 전화 한 통은 그 재료를 제 손으로 그들에게 건네준 셈이다. 중난하이는 요 며칠 무척 기쁠 것이다. 우등생이 시험을 망치면 열등생이 발전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트럼프의 구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다. 한 나라가 위대한지 아닌지는 대가를 치러야 할 때 자신의 가치관과 마지노선을 지켜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기름이 모자라면 침략자를 찾아가 사고, 사고 나서는 고맙다는 말까지 하다니, 이게 중국공산당이나 인도와 뭐가 다른가? 오히려 그보다 못하다! 적어도 그들은 처음부터 착한 척은 하지 않았다! 이건 온두라스 같은 삼류 막장 변방 소국이나 할 짓 아닌가? 우크라이나인들 앞에서,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를 사지 말라고 설득하고 심지어 관세까지 매긴 나라들 앞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얼굴을 땅바닥에 내던져 너덜너덜해지도록 짓밟아 놓고는 아직도 "초지능, 미국이 앞선다"를 떠벌리는가? 내가 보기엔 차라리 일찌감치 실리콘 기반 생명이 탄소 기반 생명을 지배하게 하는 편이, 이 병신 같은 탄소 기반 생명들이 스스로 망쳐 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만하겠다. 더 말하다간 토할 것 같다.
Trump: Make America Disgusting Again!